식품도 SNS로 산다…바다 위 '어부 라방' 보면서 실시간 쇼핑

입력 2020-03-23 17:08   수정 2020-03-24 01:04

“이 화고표고버섯을 기르는 하이농장의 이주한 농부님은 청정 가야산 자락에서 정직한 버섯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보지만 버섯과 동고동락하면서 1등급 품질의 화고를 키우고 있습니다.”

프롬마켓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방금 수확한 생화고표고버섯’ 소개글이다. 이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한 사람은 프롬마켓의 MD가 아니다. 이 농장의 단골손님이다. 아이디 ‘Laura’를 쓴다. 소개글 밑에는 프롬에서 주문해 먹어본 사람들이 소개하고 재구매하는 등의 이력을 보여주는 ‘구매 좌표’가 달려 있다.

먹거리를 새롭게 선보이는 ‘콘텐츠 커머스’가 등장하고 있다. ‘프롬’ 외에 생산자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그립’,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스토리를 제공하는 ‘컨비니’ 등이다.


프롬 “내 친구가 가장 소중한 MD”

프롬마켓을 세운 윤지영 커넥서스컴퍼니 대표는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지인과 가족 등의 추천을 가장 신뢰한다”며 “프롬은 플랫폼만 제공하고,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모든 소비자”라고 말했다.

프롬은 소비자들이 꼭 추천하고 싶은 좋은 제품을 발굴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자주 사는 장바구니를 친구에게 추천하는 형태다. 제품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 좋은 책을 추천하는 ‘1인 서점 챌린지’로 시작했지만 저절로 먹거리가 가장 많아졌다. 유명 맛집의 밀키트, 발효 사료를 먹인 토종닭 등 현재 200여 개 상품군 중 약 80%가 식음료다.

다른 온라인 커머스와 달리 수수료도 없다. 대신 ‘프롬 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생산자가 제품을 최초로 발굴해준 소비자에게 ‘판매량의 일정 %를 공유하겠다’고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마일리지는 구매나 선물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인플루언서 기반의 기존 플랫폼들은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이익을 꾀하지만, 프롬은 내 친구와 지인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상품을 나누고자 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파리5대에서 네트워크와 사용자 정체성 등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딴 뒤 ‘오가닉 미디어’ 개념을 찾아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모바일랩장과 연구소장 등을 지내고 창업했다. 프롬은 네트워크 기반으로 누가 누구와 연결돼 있고, 한 제품이 다른 소비자에게 연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자들에게 네트워크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1인 ‘라방’ 뛰어든 농부와 어부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도 늘고 있다. 실시간 동영상 판매 플랫폼 ‘그립’(사진)에는 어부와 농부들이 쇼호스트로 등장해 라이브 방송을 한다. 울릉도 항구에 갓 내린 오징어, 방금 건조가 끝난 멸치와 각종 생선, 갓 수확한 과일까지 방송을 보며 구매할 수 있다. 궁금한 것은 채팅창에 질문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현장 분위기와 생산자 이야기를 알 수 있다는 게 편집된 홈쇼핑 등과의 차이점이다. 비용은 적게 든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바로 방송할 수도 있고, 그립에 등록된 분야별 인플루언서 ‘그리퍼’와 협업하는 방법도 있다.

컨비니는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미니 다큐 형식 영상으로 제작해 소개한다. 2008년부터 지리산 흑돼지로 프리미엄 육가공품을 생산하는 박자연 씨와 앤디의 이야기, 한려수도에서 16년간 참볼락을 양식하는 박성민 씨의 이야기 등을 제품 소개 영상으로 내보낸다. 기존 네이버 푸드윈도나 마켓컬리의 제품 소개를 영상으로 보는 형태다. 전국 생산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월 20~30명의 생산자들이 입점하고 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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